프런티어 선정작은 미학과 형식 측면에서 현대 다큐멘터리의 혁신을 맨 앞에서 증언하는 영화들이다. 다양하고 호기심 많은 관객들의 요구에 부응할 만한 9편의 작품들이 선정됐다. 선정위원회는 “담대한 도전을 즐기는 이 영화들이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의 정의와 마찰을 일으키고, 풍성한 토론을 위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수의 국제영화제 수상 경력이 있는 벤 리버스 감독의 신작 <보간클로크>가 먼저 눈에 띈다. <보간클로크>는 벤 리버스가 2011년 연출한 <바다에서의 2년>의 속편으로, 문명으로부터 단절되어 황야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한 남자를 사실과 허구의 미묘한 경계 위에서 묘사한다. 정교하게 세공된 컬러의 미장센으로 포스트 리얼리즘 시대의 몽환과 우울, 구원을 향한 여정을 담아낸 <100,000,000,000,000>도 다큐 픽션 계열의 작품으로 강렬한 개성을 뽐낸다.
다큐멘터리 실천의 대담함을 입증하는 작품들도 프런티어의 핵심을 이룬다.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제작의 정치적 가능성을 일관되게 추구해 온 카말 알자파리 감독의 <피다이 필름>, 이질적인 풍경 요소들을 연속적인 액션으로 이어 절묘하게 통합해내는 저우타오의 <빅 데이터의 축>, 사이렌의 개념과 관행, 위상을 탐구하는 <선제적 청취>는 자료의 편찬, 풍경의 시각화, 사운드와 이미지의 대결에 관한 창의적인 접근법을 보여준다. 이란과 이라크 접경 지역 바다에서 생활하는 어부들의 일상을 관찰하며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의 노동을 담은 <스케일>, 전자 잔해물에 대한 기록을 통해 환경 위기와 소비 가속화 시대의 미래를 상상하는 <새로운 폐허들> 등 독창적인 에세이 다큐멘터리 영화들도 선택을 받았다.
생성형 이미지, 가상현실, 게임 등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에 놓인 논쟁적인 작품들은 다큐멘터리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다. 인공지능(AI)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그래서 다른 세계가 어쨌다고?>는 AI가 형성한 가상의 이미지와 실제 촬영된 푸티지를 기반으로 중국과 베를린, 러시아의 지정학적 역사와 현재, 미래를 중첩한 기이한 몽타주이다. 팬데믹으로 온 세계가 봉쇄된 시간 동안 비디오 게임 안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배우들의 오딧세이를 따라가는 <그랜드 테프트 오토의 햄릿>은 오늘날 다큐멘터리 영화의 모험적인 발상이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국제경쟁, 프런티어 선정작들은 영화제 기간 중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국제경쟁 대상에 2천만원, 심사위원 특별상에 1천만원의 상금이, 프런티어 대상에는 1천5백만원의 상금이 각각 수여된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1차로 국제경쟁, 프런티어 선정작을 발표한데 이어, 다음주 한국경쟁(장, 단편 경쟁) 작품들로 구성된 2차 선정작 라인업 발표할 예정이다.
120여 편의 국내외 최신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제16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9월 26일부터 10월 2일까지, 2024 DMZ Docs 인더스트리는 9월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경기도 파주시와 고양특례시 일대에서 열린다.